Journey to my 1st paper

복기할 겸 해서 내 첫 논문을 쓰게 된 과정과 그 내용을 포스팅 해볼까 한다. 이 글은 첫 연구에서 내가 겪은 일들을 전반적으로 주절주절 댄 글이다.

사실 난 논문을 목적으로 처음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정보통신공학과에서는 졸업을 위해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같은 과 학생과 팀을 맺고 연구 주제를 잡아서 한 학기 동안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 및 졸업논문화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난 원래 AR device와 Holography의 구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관련된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내 대학 동기들 중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3-2학기에 들었던, 그나마 관련 있는 광통신공학설계를 들은 사람한테 다 개인 메시지를 돌려 팀원을 구했다. 다행히도 1명이 구해져서 지금은 내 지도교수님이신 박재형 교수님께 찾아가 해당 연구주제로 졸업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고, 면담을 마치고 팀원과 이야기 해본 결과 AR device의 광학계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

여담으로 나는 그냥 졸업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니까 대충 할까 아니면 졸업프로젝트를 우수하게 진행하면 주는 상을 노리고 열심히 해볼까 팀원과 이야기 했었고, 상을 노려 보자 쪽으로 결론이 나서,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거의 끝날 즈음 알게된 사실은 코로나 시국이라 상을 안준다고 한다. 참 당황스러웠는데, 결국 그렇게 열심히 해서 논문화까지 되었으니 정말 세상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교수님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셔서, 그 분야에 대해 디스플레이 공학때 배운 아주 간단한 개요 지식 밖에 몰랐기 때문에 리뷰논문이나 구글링 등으로 AR device의 기술적 문제는 무엇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지 탐색하면서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려보았다. 그 즈음에 난 교수님 연구실에 학부연구생으로 새로 들어가서, 열몇가지 정도 떠올린 아이디어를 연구실에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최명호 대학원생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내가 이 분야를 거의 모르고 낸 아이디어라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하거나, 비현실적인 것들이었어서, 긍정적인 반응은 없었지만, 각 아이디어들에 대해 안되는 이유와 일반적인 AR 광학계 구조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학부연구생한테 그리 열심히 지도해주지 않았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했을 텐데,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후, 더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5~6개 정도 떠올려 교수님께 들고 갔는데, 교수님이 그 중 한 아이디어를 논문도 써도 되겠는데? 말씀하시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그렇게 내 첫 연구주제가 정해졌다.(또다시 여담이지만, 교수님의 저 말씀을 그 당시는 열심히 해보라고 하는 당근 형식의 말씀인 것으로 이해했다. 이게 정말 논문이 될줄은..)

내 연구 주제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에서 쓸 것이니 생략하고, 내 연구는 HOE라는 홀로그래픽 광학 물질을 실험을 통해 기록하고 그 물질을 사용해야 했던 것이기 때문에 HOE 기록에 대해 가장 쉬운 것부터 배우고 실습하고, 졸업프로젝트의 발표도 하면서 첫 몇 주를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교수님이 논문을 학회에서 발표하자고 하셨다. 이 때는 정말 당황했다. 아직 진행된 것도 거의 없는데 갑자기 학회에서 발표라니? 이게 정말 논문까지 갈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때부터 하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IMID라는 한국에서 주최하지만 국제 디스플레이 학회인 곳이 있어서 그 곳에서 발표를 해보자고 하셨고, 놀람 반 당황 반이었지만 일단 무조건 좋은 일인 것 같아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학회 발표는 오랄 세션과 포스터 세션이 있는데, 듣기로는 오랄 세션은 사람들 앞에서 15분가량 PPT로 발표하는 것이고, 포스터 세션은 포스터를 만들고 그 곳에서 1시간 가량 서 있으면서 누가 보고 질문하면 답하는 형식이라고 했다. 국제학회니까 당연히 영어로 해야하고, 난 처음부터 오랄 발표를 하기에는 부담감이 들어서 포스터 세션에 등록하기로 했다. 교수님 방을 나오고 그제서야 기쁨과 설렘이 찾아왔다. 오만 생각을 다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후로 낮에는 다른 전공과목들 공부를, 저녁 먹고나서는 거의 매일매일 이 연구를 진행했는데, 주로 그냥 실험이었다. 팀원과 밤 7시 ~ 10시 동안 거의 매일 하기로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실제로는 더 늦게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졸업프로젝트 주의사항에 연구 진행시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지 말라고 하는 게 있어서 거의 대부분 묻지도 못하고 그냥 노가다를 하면서 문제들을 해결해갔다. 졸업 프로젝트를 최종 발표 및 졸업논문 작성까지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학회를 준비해야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 시국이라서 포스터 세션도 온라인으로 그냥 5분 정도 간단히 발표하는 것으로 대체되어서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다만 중간에 연구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송두리째 바뀌어서 여전히 랩실 지박령으로 살면서 발표를 준비했었다. 이전 방법으로 하면 여러 화질 문제들이 있어서,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교수님께 말씀드렸는데, 교수님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셨다.

새로운 방법은 듣자마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전에 한 번 생각해보았던 방법인데, 실험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보여서 넘겼었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말씀해주셨으니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하고 막 생각해보니 3d printer로 틀을 뽑고 프리즘을 잘 이용하고 하면 방법이 있긴 있더라. 그 때 한 가지 배운건, 생각을 가벼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이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땐 깊게 생각치 않고 안되네 하고 넘어 간 아이디어가, 교수님이 제시해주셨으니까, 그럼 될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파고드니 방법이 나오는 경험이 큰 깨달음을 준 것 같다.

학회도 무사히 끝나고, 이제 논문을 쓰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때까지의 난 잘 몰랐는데,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하면 거의 끝난 것인줄 알았는데, 방법을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논문을 작성할 때, 영어로 작성해야하는데 난 영어를 공부 안한지 너무나도 오래되었기도 하고 공부 할 때도 작문같은건 배우지도 않았다. 심지어 formal한 글이라니? 이 때 내가 쓴 글은 내가 다시 봐도 별로다. 논문을 읽을 때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형식으로 주로 쓰는 지도 눈 여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일단 영어공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내용빼고 거의 싹 뜯어고치신 교수님의 피드백 파일을 보면 그 생각이 몇 배로 들었다. 차라리 영어 공부 좀 해야겠는데? 말씀하셨으면 이렇게 까지 찔리진 않았을 텐데, 영어에 대해 아무말씀 없으셔서 더더욱 마음이 죄송스럽고 그랬다.

논문을 처음 쓰기 전에 교수님이 저널지를 2개 추천해주셨다. 하나는 COPP(Current optics and photonics)이고, 다른 하나는 JID(Journal of information display)이었는데, 둘 다 sci 저널인데, copp는 제법 역사가 있지만 impact factor는 낮고, JID는 막 sci 저널이 되었지만 impact factor는 copp보다 높다고 하셨다. 나중에 찾아보니 각각 0.66, 2.91이더라. 거기에 추가로 JID는 한국 정보디스플레이 학회에서 주관하는 저널인데 새로 SCI에 등재되어서 그 곳에 내는 사람이 많아 reject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씀하셨다. 말씀하시는게 copp를 추천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객관적으로 대학생이 졸업논문으로 시작한게 얼마나 좋은 논문이겠어 싶어서 copp에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copp 양식에 맞추어 작성을 했는데, 교수님이 쓴 것을 보시더니 논문 주제가 JID의 scope에 더 적절하다고 말씀하셔서, 일단 JID로 바꿔서 작성하고 submit했다. 사실 그 때도 주변 친구들 말로는 IF가 높은 곳에 먼저 내고 피드백을 받아서 낮춰서 저널에 실는 경우도 많다고들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교수님이 논문이 많이 밀려있어서 오래걸릴 것이라고 미리 말씀해주시긴 했는데, 9월에 제출한 것이 거의 1달 반은 지나서 리뷰어에게 보내지고 3달이 지나서야 답변이 왔다. 놀랍게도 minor revision이 왔다. 리뷰어들 반응도 별로 나쁘지 않았다. 무난하게 답변 및 수정해서 다시 제출하고, 얼마전 accept 메일이 왔다. 매우 기뻤다.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번 연구는 항상 내 생각 밖의 일의 연속이었다. 졸프로 시작해서 국제학회에서 온라인이지만 발표도 해보고, 논문도 써보고, 그 논문이 그래도 괜찮은 저널지에 실리고, 또 그 이후에도 놀랄만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이 나빴냐고 되물어보면, 당연히 NO! 과정은 힘들 때도 많았지만 굉장히 뿌듯하다. 다만 처음이라 미숙한게 너무 많았는데, 다음 연구는 더 발전해서 더 좋은 연구자로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또 미숙한 나에게 나쁜 소리 한 말씀 안하시고 묵묵히 지도해주신 교수님에게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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