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계속해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는데, 3번째 논문 작성인데도 교수님이 보시기에 납득 하실 만한 글을 전혀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이런 일을 줄여나가기 위해 쓰면서 알게 된 논문 작성법에 대해 정리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새로 배우고 깨닫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자.
1. Figure 작성에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Figure는 논문의 광고판과도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자가 새로운 논문을 볼 때, Figure를 모두 훑어보고 논문을 더 읽을 지 말지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논문을 작성할 때 스토리 라인을 어느 정도 기획한 뒤, Figure를 먼저 만들게 된다. 사실 Figure가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만들까 인데, 좋은 논문들을 보면 사실 단순 ppt의 그림 만으로 눈길을 끌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하다. 최신 논문들을 보면 schematic diagram이나 실험 셋업마저도 3D 렌더링 소프트웨어로 보기 깔끔하게 만들어서 figure를 작성한다. 특히 좋은 논문들에서 더 그러하니, blender나 해당 분야에서 유명한 소프트웨어 등을 적극 활용해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Figure를 그려보자.
두 번째로 Figure 제작 시 주의해야 할 점은, 특히 실험 결과를 제시할 때 내가 증명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 작성자인 나는 실험 결과 사진만 보아도 무엇이 무엇인지 다 알지만, 이를 처음 읽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따라서 해당 결과가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Figure에서 드러내지 않으면 이게 대체 무슨 결과지? 하고 그냥 넘기기 십상인 듯 하다. 항상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며 Figure를 그려보자.
Figure에서 사용되는 좌표계, 또는 공통되는 지표가 있다면 가능한 한 통일성을 유지하자. Figure 간의 통일성이 없으면 저자는 무지성으로 작성할테니 편하겠지만, 읽는 독자는 헷갈리기만 할 것이고, 이는 글의 완성도를 급격하게 낮춘다. 이는 결과를 제시하는 형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공통된 형식으로 제시할 수 있으면 반드시 공통된 방식으로 제시하자. 이해하기 쉬운 Figure들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Figure에 들어가는 기호들, 만들 때부터 모두 이탤릭채로 설정하자. 나중에 한번에 바꾸려니 너무 번거롭더라)
세 줄 요약
-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익혀 직관적인 Figure를 작성하자.
- 결과를 보여주는 Figure는 증명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자.
- 가능하다면 Figure 간의 통일성을 유지하자.
2. 논문의 스토리 라인은 정해진 플롯을 따르자.
논문은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내가 속해 있는 과학, 공학 분야 논문은 더더욱 그렇다. 논문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적어도 내가 속한 분야는)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야 한다.
- 논문 주제의 배경 지식 및 전반적인 현황 소개
- 해당 주제에서의 critical한 issue 제시
- 해당 issue를 해결하는 방법론 제시
- 제시한 방법론의 증명 및 한계점 제시
- 요약 정리
크게 이러한 플롯 내에서 작성을 하면 되는데, 내가 자주 실수하는, 작성 시의 주의 사항은 언제나 담백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법론 및 결과에 대해 지나친 사설 및 변명, 과대 포장, 지적 허영을 모두 걸러 내고 명확하고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설명하자. 열심히 포장한다고 평범한 돌이 다이아몬드가 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과대 포장을 해야만 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 정도의 연구는 perish하는 것이 백 배 낫다. 자기 PR의 시대라지만, 지식의 틀을 넓히는 논문의 논조는 항상 이를 유지하며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또 다른 유의점으로는 위의 논조대로 작성을 하면서도 방법론의 우수성을 잘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방법론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주제에 대한 비전 및 통찰이 포함된 방법론임을 글에 잘 함유하는 것 같다. 내가 읽어본 좋은 논문들은 모두 연구자의 해당 주제에 대한 관점(문제 제기 및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통찰)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이를 벤치마킹해서, 해당 주제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연구하면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글에 묻어 나오지 않을 까 싶다. (나도 그러한 글을 쓸 수 있는 연구자가 되면 좋겠다)
사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논문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구를 할 때 꼼꼼하게 과학적인 분석 기법들을 적용해가며 결과를 증명해나가는 것인 듯 하다. 좋은 연구를 해야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으니까, 귀찮다고 적당히 적당히 하는 습관을 버려야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겠다.
3. 명확하게 방법론 및 결과를 설명하는 방법
어떻게 써야 제시하는 방법론 및 결과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근래 경험으로는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써도, 열심히 고민하고 써도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것들을 정리해보자.
sci 저널에 실리는 논문은 영어로 작성되지만, 사실 영어로만 작성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과학자들은 수식 및 기호들을 사용해 말로는 길게 풀어 써야 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즉, 논문 사용시 사용되는 언어는 1. 영어, 2. 수식 및 기호 인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글을 쓰면, 특히 방법론을 다룰 때 영어로 길게 풀어 써진 내용들을 간소화 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영어로 원어민처럼 유려하게 글을 쓰는 것은 쉽게 체득하기 어려울 지라도, 수식 및 기호로 이를 번역하여 표현하는 것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배운 정형화된 상수 기호 들 뿐만 아니라 위첨자와 아래첨자를 잘 활용해서 나만의 방법론에 맞는 수식 및 기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설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결과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 말했던 Figure를 열심히 만드는 것이다. 이를 열심히 만들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보여주는 결과가 앞서 제안한 방법론을 잘 뒷받침하는 내용임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다. 사실 Figure가 잘 만들어져 있다면, 이를 풀어 설명해주면 끝인 것이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독자가 이해하는데 불필요한 데이터까지 너무 세세하게 제시하는 것은 흐름을 깨뜨려 오히려 독이 된다. 난 자세히 풀어 쓰려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실수를 하였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자.
사실 명확한 설명은 해당 방법론 및 결과에 대한 완전한 이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 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방법론을 글, ppt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리 및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고, 방법론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보려는 시도가 큰 도움이 됨을 느꼈다. 그럼에도 아직은 많이 모자람을 느끼지만, 점점 더 발전하는 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updated on 2023.09.11
